생들기름 칠하고 바른다

들기름의 또 다른 용도

 먹지 않고 칠하고 바른다

수제 비누

피부보호를 위해 비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수제 비누를 만들 때 일반 들기름이 아닌 냉압착(콜드프레스) 들기름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보습제 및 화장품

여성들이 즐겨 사용하는 보습재 및 화장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보습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데 피부의 보호를 위해서는 냉압착(콜드프레스)으로 만든 재료를 사용한다.

꽃신

과거 여성들이 즐겨 신었던 꽃신은 방수에 약해 바닥에 들기름을 발라 사용했다

문화재, 단청 및 한옥 목재

나뭇결을 살리고 목재를 보호하기 위해 들기름을 도료로 사용했다.

종이장판

지금은 대부분 비닐장판이나 목재를 사용하지만 얼마 전만해도 한지로 만든 장판에 콩기름이나 들기름을 발랐다. 들기름을 바른 종이 장판은 여름철 바닥이 끈적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오래토록 보관 및 유지가 가능하다

고가구

들기름은 고가구의 세척 및 광택제로 사용되어 왔으며, 지금도 들기름은 고가구와 목재 보호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나뭇결을 살리는 보호제 및 도료

주방에서 도마는 필수적인 용품이다. 도마를 만들면 들기름을 적셔 도마의 표면에 들기름 발라 나뭇결을 살리면서 도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였다.

마루 광택제 

과거 우리의 주택에는 마루가 있었다. 나무로 만든 마루는 물걸레질을 하면 표면이 거칠어 지거나 잘 닦이지 않아 들기름을 주기적으로 발라 마루의 나무를 보호하였다.

호롱불 재료

들기름은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던 시절 호롱불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가마솥 청소 및 광택제

쇠로 만든 가마솥은 청소가 어렵고 녹이 쓸어 보관이 어렵다. 가마솥의 광택과 철을 보호하기 위해 들기름을 발라 보관했다.

담금질과 부식방지

칼날을 만드는 전통기법에 들기름이 사용되었다. 벌겋게 단 쇠가 식어 가는 어느 순간, 들기름을 부어 담금질을 할 때 사용되었다. 

냉압착 생들기름, 문화재에 칠하고 바른다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먹어온 들기름은 알파리놀렌산(오메가3)이 60% 이상 포함되어 식물기름의 제왕으로 불리고 있다. 들기름은 식용 외에도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단지 먹는 용도가 아니라 칠하고 바르는 등의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품과 기름종이, 페인트, 인쇄 잉크, 칠감, 방수용구 등 특수한 산업분야에서도 사용 되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들깨의 기름으로 비단을 짜거나 옻칠하는 재료에 넣어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들기름이 의류와 생활용품의 방수와 도료 재료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북 안동시 천등산에 있는 봉정사는 통일신라시대의 사찰로 672년(문무왕 12) 의상(義湘)이 창건한 국보15호이며,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로 꼽히고 있다. 의상대사가 부석사에서 종이로 봉황새를 만들어서 하늘로 날려 보냈는데 그 새가 내려앉은 자리에 절을 만들고 봉정사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져서 내려오고 있다. 2000년~2003년 목조건물인 봉정사 극락전 보수공사에서 방부처리를 위해 들기름을 사용되었다는 사실도 주목을 끄는 점이다. 

이렇듯 들기름이 목조 문화재에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었으며, 이 외에도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 들기름이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목재를 많이 사용하는 우리 한옥에서 나무의 보존은 주택의 수명과 중요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한옥에서 구조물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서까래와 단청, 그 외에도 나무로 만든 마루와 툇마루는 건조하고 습한 계절, 그리고 눈과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어 목재의 부패방지와 방수는 건축의 수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기둥 위에 보를 얹고 지붕틀을 꾸민 다음 마룻대(상량)를 놓을 때 올리는 상량식에 눈여겨 볼 것은 들기름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집주인은 상량문을 읽은 후 마룻대의 홈을 끼우면서 들기름을 발라 나무가 썩는 것을 방지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리고 건축물이 완성된 후에는 나무 기둥과 마루와 툇마루에 들기름으로 문질러 관리하였다. 들기름으로 나무의 결을 잘 살려주고, 잘 썩지 않도록 방수에 이용하였다. 들기름을 발라 나무 고유의 향이 어울려 은근한 자연 향을 집안에 가득하게 만들었다.

또한 거주하는 방과 거실 바닥에는 기름을 먹인 종이장판을 깔았다. 황토 바닥에 깐 종이장판은 여름에는 건조하고 겨울에는 차갑지 않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 온돌을 사용하는 우리 문화에 잘 어울리는 재료였다. 들기름을 발라 종이 장판이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반질반질하게 윤기를 내어 관리했다.

이러한 들기름은 볶아 만든 들기름이 아니다. 볶아 만든 들기름은 향이 강하고 고소한 냄새가 지나쳐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볶지 않고 낮은 온도로 착유하여 고소한 냄새가 아닌 들깨 고유의 향기를 지녔으며, 끈적거림과 번들거림이 없는 생들기름을 사용하였다.

먼 과거의 일이지만 197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의 복도는 대부분 나무가 깔려 있었으며, 학생들은 방과 후 복도에서 나뭇바닥에 초를 바르거나 들기름을 발라 반들반들하게 걸레질을 했다. 그 시절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산간이나 도서지역에서는 호롱불을 사용하는 가정도 있었다. 들기름은 호롱불을 밝히는 소중한 재료였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중세시대에도 불을 밝히는데 들기름이 이용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 날 들기름은 특수한 분야의 기능성 용도로 개발되고 있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들깨와 들기름에 들어 있는 로즈마린산과 루테올린에 주목하고 있다. 주근깨와 기미의 원인인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해주는 기능에 착안하여 외국에서는 이미 항산화제, 클렌징 등의 화장품이 출시되고 있다. 여성들은 들기름에 흑설탕과 꿀을 첨가하여 마사지크림 등의 페이스오일로 사용하기도 한다.

들기름으로 만든 수제비누도 그 중의 한가지이다. 피부 보호를 위해 일반 들기름이 아닌 냉압착(콜드프레스)으로 만든 들기름을 첨가하여 비누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수제비누의 가격은 상당히 높음에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도 냉압착(콜드프레스) 오일로 기능성 수제비누를 만들어 사용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알파리놀렌산(오메가3)이 60% 이상 포함되어 있는 들기름은 여성들이 즐겨 사용하는 보습제 및 화장품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화장품 회사에서 로션이나 크림 등 보습용 제품에 들기름 등의 오일을 첨가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피부보호를 위해 보습제를 직접 만드는 공방이나 동호회의 활동이 활발하다. 

아직까지도 들기름은 오래된 단청 및 한옥의 유지보수에 목재의 보존과 관리뿐만 아니라 고가구의 광택제로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구 제작에도 나뭇결을 살리면서 나무의 뒤틀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냉압착 생들기름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주방에서 사용하는 도마에 들기름을 천에 발라 문지르면 나무무늬와 나뭇결이 살아나면서 방수는 물론이고 방충과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듯 생들기름은 먹는 식용유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